오토바이라곤 단한번도 타본 적 없는 인간의 2종소형 취득기
취미생활은 갑작스레 머릿속을 스치며 시작되곤 한다.
그도 그럴게, 취미는 학문이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필자가 갑작스레 엔진이 달린 간이 이동장치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늘 돈이 없는 무직 백수의 신세로는 자동차는 꿈도 꾸지 못할 노릇.
재산세와 보험료와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던 차에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이동장치가 125cc미만 스쿠터이다.
125cc 스쿠터는 취득세, 보험료가 매우 적을뿐만 아니라 보유세도 없고 연비도 굉장히 높다.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필자에게 현금흐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특장점이다.
오토바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멋있어 보였던 오토바이는 이렇게 생긴 클래식오토바이였다.
뭐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 다르니 그러려니 하자.
아무튼 저렇게 생긴 녀석들은 죄다 오토가 아닌 수동기어조작 오토바이였다.
수동기어 오토바이(매뉴얼바이크)는 부득이하게 원동기면허나 2종소형과 같은 오토바이용 면허를 따로 취득해야 한다.
주변 바이크를 잘 아는 친구가 2종소형이 더 좋다고 하길래 일단 알겠다 하고 면허시험장으로 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필자는 오토바이를 타본적은 고사하고 건드려본적조차 없다.
시동을 거는 법도 모르고 브레이크가 뭔지도 모르고 깜빡이와 헤드라이트 켜는법도 모른다.
이런 필자가 기능시험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시동 거는 방법과 꺼트리지 않는 방법, 기능시험 주행영상 시청뿐.
그러고 나서 본 첫번째 2종소형 기능시험은 당연히 시원한 불합격이었다.
시동 안꺼트리는건 쉬웠다. 클러치를 최대한 서서히 살살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오토바이의 중량감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게 패인이었다.
출발하는데는 성공했으나 90도로 꺾인 코너를 돌지 못하고 그대로 코스를 벗어나버렸다.
자전거처럼 생각하고 핸들을 꺾는 순간 느껴지는 오토바이의 중량과 차체의 기울어짐이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오토바이는 자전거와 달리 몸을 기울이는게 아닌, 오토바이 자체를 기울여서 차체중량으로 코너링을 한다.
무거운 오토바이가 옆으로 기울어지며 몸이 깔려버릴것 같아도 겁먹지 말고 엉덩이로 오토바이를 누르듯 타는게 포인트.
아무튼 코너링 감각을 획득하기 위해 연습장에서 제일 싼 1시간짜리 연습을 바로 실시했다.
거창하게 두시간 세시간 할 필요는 없고, 느낌만 체득하면 된다.
클러치를 최대한 살살 놓으면 시동이 안꺼진 상태로 오토바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완전히 클러치를 떼고 난 후에는 오토바이가 알아서 면허시험에 알맞은 속도로 계속 주행하기 때문에
엑셀, 브레이크, 풋브레이크, 클러치 이런건 아무것도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앞바퀴 진입시점 맞춘 다음 고개들고 멀리 주행할 곳을 바라보는 시선처리, 엉덩이로 누르듯 타는 느낌이 포인트다.
핸들을 꺾는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때 코너링을 하고싶으면 몸을 기울이지 않는가?
연습장의 숙련된 운영자분께서는 한 손을 놓은 상태로 코스를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필자도 30분정도 연습한 후 팔에 힘을 빼고 차체를 기울여가며 타니 한손으로도 얼마든지 코너링이 가능했다.
이처럼 느린 속도에서 넘어지는것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극복하고 차체를 기울일줄만 알면 2종소형 시험은 굉장히 쉽다.
오토바이의 중량은 무겁지만 주행코스정도의 회전반경에서는 원심력이 당신을 보호해줄 것이다.
두번째 친 기능시험에서 100점으로 합격하는데 성공했다.
2종소형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사실상 자전거 느리게 타기 대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륜차는 안전을 최우선가치로 둬야 하기 때문에 느리고 섬세하게 타는 것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
숙련된 배달 라이더들이 이걸 망각하고 빠르게 타는 것이 진짜 실력인양 현재의 2종소형 면허체계에 불만을 표하는 것에 심심한 위로를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