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 시리즈>

2026.09.18 - 집 9채로 경매 월세투자 후기 9편 - 어쩌다 파이어
위 글에 구체적으로 적었듯이 필자는 경매 투자를 통해 Financial Independence and Retire Early를 달성하였습니다.
돈이 많으면 몰라도 저 같은 거지 파이어족은 허리띠를 졸라맬 대로 졸라매야 간신히 생활이 가능하기에,
집에 틀어박혀서 숨만 쉬어야 간신히 노동에서 벗어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파이어족들이 택하는 길은 불과 몇 가지로 좁혀지게 됩니다.
그 중 많이들 해보는 것이 한달살기입니다. 국내, 해외를 가리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저는 낚시를 좋아하니까 제가 좋아하는 동해바다에서 일단 한 달을 살아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정말이지 동해바다 경치는 기가 막힙니다.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서 다섯시까지 밥먹는 시간 제외하고,
내내 서프샵 앞에 앉아서 바다만 보고 있는게 제 일과였습니다. 의외로 자연은 변화무쌍하기에 질리지 않더군요.
그러다가 가을철 회유하는 멸치떼를 쫓아 들어오는 삼치들이 보이면 달려나가 낚시대를 던집니다.

갓 잡은 삼치에 소금을 치고 구워서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배경음악은 파도소리 바람소리입니다.
바다 바로 앞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모기가 없습니다.
주중에는 저 혼자밖에 없어서 청승 떨기 딱 좋았습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떠들썩한데, 주중 낮에는 사장님과 저뿐이라 사람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가끔 가다 앞 해변에 보이는 낚시꾼들 정도이려나요.

거기다 서핑하면 손바닥만한 조개들이 발에 밟힙니다. 서프샵 강사님은 이를 째복이라고 불렀습니다.
얘네들은 해감해서 조개 순두부찌개를 끓였는데 거진 5인분이 나와버려서 누구 주지도 못하고 혼자 먹느라 고생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건 참게입니다. 조개 잡을 때 간간히 모래에 파묻혀있는게 보입니다.
라면에 넣어 먹었는데 그냥 그랬습니다. 어쩐지 강사님께서 라면에 아무것도 안 넣어먹는걸 선호하시더라니...

대부분의 밤은 저 혼자 별을 보러 나가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하지만,
샵에 바베큐파티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가끔 사장님이 이렇게 불멍용 모닥불을 피워 주십니다.
저도 꼽사리를 끼고 불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수백만년동안 내려온 호모사피엔스의 본능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불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하늘이 맑은 밤에는 논둑으로 나가서 별을 한참 봅니다.
제 차는 오픈카입니다. 히터를 틀고 시트를 눕히고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둔 가운데 별을 보았습니다.
이 또한 불멍과 마찬가지로 동물적 본능이 그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들어 줍니다.
한참 하늘을 바라보니 별똥별 하나가 사분면을 가로지릅니다. 순간 소원을 빌어주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서핑샵 한달살이인데, 서핑을 한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네요.
죄 넘어지고 구르는 사진들뿐이라 부끄럽지만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 보내달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그래도 아마 안 썼을 것 같긴 합니다.
서핑 실력은 많이 늘었습니다. 올 여름에 갔던 게 처음이었는데,
이젠 파도가 밀려오면 무조건 일어나서 밀려나갈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파도를 보는 방법만 배우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강사님 말로는 계속 보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강사님과 사장님은 겨울이 되면 서프샵을 쉬고 발리로 떠난다고 합니다.
낭만 있지 않은가요.
저는 비록 해외로 자주 나갈 돈이 없어서 만약 나간다면 그건 편도행 티켓이 될 것입니다.
발리에 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지요.
해외로 나가서 친구가 있는 페낭도 가고, 치앙마이에서도 한 달 살아보고 그러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언젠간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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