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멍청한 두뇌를 타고난 나는 권태를 느낄 때노라면
항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인생이 너무도 두렵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권태를 해소하기 위해 독서를 시작해보았지만 이내 책에는 싫증이 나버리고,
기껏해야 발코니에 서서 어두운 창밖을 내려다보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려 시도해보면 이내 내 뇌는 혼자 달아오르기 시작해서 신기하게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음에도 과열되어 터질 듯하게 되어버린다.
이럴 때 도움이 된다는 명상-그러니까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호흡에 집중하는-을 시도해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권태에 대한 공포는 어쩔 수가 없다.
이러한 종류의 권태에는 누구보다도 벌어먹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는 육체노동, 정신노동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만, 그렇다고 인간으로 태어나서 노동을 하는, 그러니까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일을 하고싶냐고 물으면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다만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을 만나고 유랑하는 일에 육체와 정신과 인생을 혹사하여 낭비하는 그런 여행.
어차피 인간의 인생에는 답이 없지 않은가?
종교적 구원과 자손의 번식 따위에 대한 인간의 신성한 의무들과 존재 의미들은 전부 거짓부렁이다.
더욱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결국 다다르는 것은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지하에 살면서, 그러니까 아무런 동물로서 움직임을 하지 않는 상태의 인간 정신활동의 결과는 결국 이런 것일 테다.
그러니까, 온갖 아름다운 말들로 포장하여 찬양받는 인간 이성 이면의 진짜 모습이란 그저 과열, 터질듯한 머리, 존재에 대한 끝없고 무의미한 고뇌, 방랑, 기타 쓸데없는 등등...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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