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독후감) 창가의 토토 - 쿠로야나기 테츠코

저도잘은몰라요 2025. 7. 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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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취미가 무어냐는 질문에 곧잘 독서라고 답하곤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지금은 글쎄요... 여러가지 다른 취미가 생겼다고 변명을 해야 할지요? 대한민국 평균 독서량을 밑도는 느낌입니다.

꾸역꾸역 독서량을 채워 보고자 오늘도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창가의 토토는 감성이 풍부한 친구가 추천해준 작품입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하니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자란 감수성도 채우고, 회사 도서구입 지원금으로 책꽂이도 채우고 일석이조입니다. 

 

 

그러나 웬걸, 다 읽고보니 공짜 책은 좋았으나 감수성을 얻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겐 수전노 근성만 가득했지 이미 감정이란 놈은 없어질 대로 없어져 버려서 마치 밑 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2022년의 아랄해 복원사업처럼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게 되었나 봅니다. 

그나마 좀 저를 위한 변명과 자기위로 차원에서 몇 마디 주워섬기자면

'내가 한국인이어서 태평양 전쟁 시기 일본인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테다...' 

일까요. 

 

시대적 배경을 제거하고 본다면 작중에서 토토가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 주변의 귀여운 여느 어린아이들의 일상입니다. 

토토의 어머니께서는 작가, 아버지께서는 바이올리니스트여서 토토는 화목하고 좋은 가정환경에서 성장합니다.

강아지 록키와 함께 살며 가끔은 오케스트라도 감상하고, 겨울엔 스키를 타러 가기도 하지요. 

덕분에 독자들도 초등학생 때의 순수한, 때묻지 않은 시선을 한껏 추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사는 세상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면 애니메이션을 본 누군가가 울어버릴 일이 없겠지요.

작중 시간대를 알려주는 어두운 장치가 책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토토와 아이들이 후방으로 수송된 상이군경에게 위문공연을 간다던가, 

물자가 점점 떨어져서 반찬을 마련하기가 힘들어지고, 자판기에 더는 카라멜이 채워지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입니다. 

잊을만하면 불쑥 튀어나오는 이러한 전쟁에 대한 암시들을 보며 점점 삶이 힘들어져갈 토토 가족들의 마음에 이입하게 된다면 몹시 슬퍼할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다만 제 경우의 문제는 태평양 전쟁이라는 키워드가 머리에 박혀버리자 동 시기 일본 제국의 식민지인 조선의 생활상이 겹쳐 보이며 눈물이 쏙 들어가버리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전쟁에 일반 민중이 조선인이건 일본인이건 무슨 차이고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나. 똑같은 희생자들일 뿐이다'

싶으면서도, 한켠으로는 

'아니 이 시대에 스키를 타러 간다고? 오케스트라를 감상한다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간도 사는 조선인들은 흙먼지 날리는 곳에서 초가집 짓고 풀뿌리를 캐먹고,

경성에 사는 김첨지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그릇을 사주지 못했고, 

이상은 기생집 건넛방에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웅크리고,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먹고살만한 집인데도 삯바느질을 하는 와중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눈물을 이제 한번 맘껏 쏟아보나? 하는 제 기대에는 아쉽게도 부응하지 못했습니다만 

담담한 문체로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잠시 되살려내 주고, 아이들의 진정으로 순수한 마음을 대할 때 참어른으로서 마음가짐을 다잡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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