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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허브 야간 상하차 알바 후기

저도잘은몰라요 2022. 5. 19. 01:10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떨림과 긴장감이 있기 마련이다. 

내 경우는 부동산경매 첫 낙찰이 그랬고, 대학 첫 입학이 그랬고 고등학교 기숙사 입소가 그러하였다. 

그리고 쿠팡이 그러하였다. 

 

포장기계를 제외한, 쿠팡 상하차 알바 출고업무의 전경

 

야간조는 오후 다섯시 정도에 출발, 변두리에 위치한 물류센터로 한시간 반 가량을 이동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이천에 위치한 센터였다.

쿠펀치라는 앱을 깔아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직접 가서 물어보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만, 

풀필먼트 센터에 가서 하는 일은 출고, 입고, ICQA, 허브 4가지로 분류된다. 

허브가 가장 노동강도가 세서 임금을 많이 준다고 하지만 노동강도는 그때그때 다르다. 

 

앱을 깔고 '나의 스케줄'에 들어가서 원하는 항목을 선택한 후 제출하면 전날 혹은 당일에 근무확정 문자가 올것이다. 

버스시간에 맞춰 탑승후 앱의 '비대면 체크인'항목의 QR코드를 찍고,

22년 6월중순부터 쿠팡전용 버스앱을 깔고 버스앱으로 체크인하도록 바뀌었다. 앱을 깔지 않고 그냥 타도 무방하다.

한잠 자면 6시반에 센터 도착이다. 

처음 입구에 들어가면 칠판같은 곳에 사내 와이파이 연결과 행동지침이 있을 것이다. 

행동지침에서 하라는대로 앱의 출근 버튼을 눌러주는것 따위를 해주고,

멀찍이 앉아 있는 관리자에게 앱 화면과 신분증을 내밀며 처음 왔다고 말하자. 

그러면 직원이 신분증을 받아가고 일용직 사원증, 원ID 스티커를 줄 것이다. 처음일 경우, 안전교육을 받고 관리자가 안내해주는 곳에 가서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 

 

허브업무의 거의 모든 것이 담긴 사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엔 목마르면 물마시고, 관리자에게 문의해 화장실도 다녀오며 시간을 보내자. 

보통 식사시간은 10시~10시 20분이다.

나름 팁이라면 간단한 사탕류나 양치도구를 쉬는시간에 반입할 수 있다. 

필자는 식사하고 쉬는시간에 이를 닦고, 일하다 당이 떨어지면 벌크포장된 자일리톨 캔디를 한두알 먹는다. 

 

야간업무 이틀차엔 좀더 익숙해질 것이다.

모쪼록 하는 일을 굳이 기술해보도록 하겠다. 

 

허브 업무는 포장이 완료된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일을 맡는다.

포장된 상품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오면 벨트 끝에서 한명이 착착 상품들을 모아줄 것이다.

착착 모아준 상품이 쌓이면, 상품들을 가지고 지역별 분류장소로 이동한다. 

그리고 위의 사진 맨 왼쪽 파란색 접이식 상자를 펼쳐서 상품에 쓰인 지역에 맞게 넣어주면 된다.

현장에 가면 뭘 어디에 넣어야 되는지 매우 직관적으로 써져 있을 것이다.

이후 파레트에 접이식상자를 쌓고 랩핑하면 된다. 위 사진의 빨간 파레트가 상품을 쌓아놓는 용도이다.

1m80cm정도 높이로 쌓이면 랩핑하여 트럭에 적재하게 된다.

적재는 외부의 지게차가 하는데, 지게차까지 파레트를 운반해주는건 핸드자키를 통해 한다. 

 

 

출고 업무는 이 사진의 도서관 서가같은 곳에서 주문들어온 상품을 빼서 모으고 포장하여 허브에게 보내주는 일을 맡는다. 상품을 빼내주는 쇼핑이나 포장같은 편한 업무도 있고, 포장하는 직원에게 1차로 분류해서 옮겨주는 비교적 힘든 업무도 있다. PDA라는 기기가 등장하는데, 바코드찍기용 스마트폰이다. 

쇼핑해온 물건들은 현장 발음으로 '토트'라는 바구니에 담겨오는데, 바구니마다 바코드가 있다. 

바코드를 찍으면 PDA에 출고시간, 분류된 층, 포장방식이 찍혀나오므로 그에 맞게 잘 분류하여 포장 직원에게 보내주면 될 것이다. 

 

입고 업무는 쿠팡에 입점한 수많은 물건들을 센터 내에 들여오는 업무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아침저녁으로 트럭에 실려온 물건 받는걸 생각하면 편하겠다. 신나게 바코드를 찍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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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로 현금흐름을 만들다보면 몇백, 몇천만원이 우습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오만하게도 노동의 소중함을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월급을 착실하게 매일 쌓아나가는 것,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가지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하고 대단한 일이었음을 새벽 두시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알게 되었다. 

부동산 투자가들, 부자들은 본업을 수행함과 동시에 투자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실천에 옮겨 부자가 되었을테니 아주 대단하다고 할 만하다.

그들이 '월급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라고 외치는 건 분명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요즘 그렇다 해서 노동의 가치를 너무 폄하해왔던게 아닌가싶다.

비뚤어져가는 가치관에 쿠팡 상하차를 한방 날려주자.